장’스여성병원 제3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분만 일시 2013년 3월 22일 성별 여 체중 3.7kg |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13년 새해가 되고 저의 출산 예정일은 가까워졌어요. 예정일은 2013년 3월 12일이였지요. 처음 임신하고 처음 출산을 하게 된 저는 예정일쯤 당연히 아기를 낳을 줄 알았어요... 다니던 직장은 2월까지만 근무하고, 3월 1일자로 출산 휴가를 내고 집에서 출산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었구요... 금방 아기를 낳을 줄 알고 항상 대기 상태의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예정일인 12일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는 거에요....ㅠㅠ 통은커녕 이슬도 비치지 않고, 아기도 계속 배 위에 있어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아기 태명이 쑥쑥이거든요. 쑥쑥이가 엄마 뱃속이 너무 좋은지, 계속 방을 빼지 않고 엄마 품속에서만 지내고 있었답니다.^^;;
김혜영 선생님이 예정일로 부터 3일이 지난 날(3월 15일)에 유도 분만을 하자고 이야기하셨고, 저도 처음엔 알겠다고 대답을 했지요. 친정 엄마랑 매일 하루에 2~3시간 정도 걷는 맹운동을 해도 아기는 전혀 내려오지 않더군요. 다시 유도분만을 잡은 날짜는 일주일 뒤인 3월 21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이젠 더 이상 유도 분만을 미룰 수 없는 상황임을 아시고... 제게 오늘은 해보자고 하셨지요. 저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정일로부터 이미 9일이나 지났답니다.
‘드디어 나에게도 굴욕 3종 세트가 펼쳐지는 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굴욕 3종 세트란 임산부 카페에서 말로만 들었던 내진, 관장, 제모였어요.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은 힘들지만 잘 참아야겠지!’ 마음을 다지며, 입실했어요. 관장을 한 후, 침대에 누워서 촉진제를 맞았어요. 촉진제 약이 제 몸에 투과되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신랑이랑 대화도 하고 편하게 있었어요...
밤 12시 자정 무렵... 병원에서 입원하며 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잠이라도 푹 자야 될거 같아서 두 번째 무통 주사를 맞고 진통은 잠시 멈추게 되었지요... 허벅지로 느껴지는 무감각하고 싸한 느낌이 진통을 느끼게 해주지는 않아서 좋았어요. 하지만, 몇시간 뒤에 찾아올 진통이 겁이 나서 잠을 도저히 들 수가 없었어요. 친정 엄마와 남편이 없었더라면, 무사히 분만하기가 어려웠을 거 같아요.. 정신적으로도 참 힘들고 두려운 출산 과정이었어요. 병원에서 보낸 밤은 정말 외로웠습니다.
‘아..우리 귀여운 쑥쑥이 얼굴을 언제쯤 볼 수 있을 런지...’
아기는 아직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고, 그렇게 밤새 몇 번의 내진을 하며 이튿날 새벽 4시경으로 시간이 흘렀어요. 그때쯤 자정에 맞았던 무통 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아프기 시작했어요.... 애 낳으러 온지 하루가 지나버리자, 저는 자포자기 심정이 들었습니다. 진통도 아프고 무섭고, 어차피 아기도 내려오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그냥 수술하고 싶다는 마음만 굴뚝 같았어요. 결국, 새벽 5시쯤 세 번째 무통 주사를 맞으며, 이젠 수술하고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지요. 눈은 감아도 잠은 하나도 오지 않고 그렇게 이튿날 아침이 되었어요.
아침에 담당 김혜영 선생님이 회진을 돌며 제 상태를 보셨습니다. 보시더니, 자궁문이 약 4센티 열렸는데, 내진을 해보니 아기가 많이 내려왔다고 이 상태면 촉진제를 쓰고 좀 기다려봐도 될거 같다고 하셨답니다. ‘아..다시 촉진제를 쓰는구나!!’ 저는 이미 마음속으로 수술을 하고 싶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완강히 촉진제에 대한 거부감이 들면서 빨리 수술하고 싶다고만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오전 9시경, 촉진제 투여... 진통을 기다리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경력 많으신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저 산모는 이제 무통 주지마’라고 밖에서 못박으시며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무통없으면 어쩌지!’ 그리고, 엄습하는 두려움 급증!! 그 간호사님이 제 방에 손수 오셔서 힘주기 연습을 시켜주셨어요. 이런 자세, 저런 자세를 가르쳐주시면서 저를 아주 혹독하게 힘주기 연습을 시켜주셨어요.
김혜영 선생님이 오셔서 제 상태를 봐주셨고, 저는 선생님께 엄청 떼를 썼어요. ‘무조건 수술시켜주세요.!!’ 환자로서 당당히 요구하는 거였지요!! 그러나, 선생님은 절대 저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지 않으셨답니다. 지금 수술방이 꽉 차서 할 수 도 없고 안된다고만 하셨어요.
친정 엄마와 남편도 저의 수술 요구에 난감해하기만 하고, 간호사들도 제가 너무 화를 내니깐 난처해 했던 거 같아요. 솔직히, 저는 2시간은 족히 더 걸릴 줄 알았습니다. 금방 낳을 꺼란 의사선생님 말씀을 믿지 못했어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시간들이 참 지루하고 힘들었거든요.
힘주기 연습을 한 대로 호흡을 가다듬고 한 번에 힘을 주었고, 간호사 두 명이 제 배를 마구 누르며 뭔가 아래가 쫙 벌어지는 얼얼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이런 힘주기를 한 열 번은 더 해야 아기가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웬걸! 아기가 태어났다고 하는거에요!!! 순간,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두 시간은 더 걸릴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두 저의 억측이었어요. 아기가 태어났다니 믿겨지지 않았어요. 간호사에게 안긴 아기의 모습이 보였어요!
“세상에나! 저 아기가 제 아기! 쑥쑥이라구요?” 이렇게 말했지요. “말도 안돼!! 아니.. 이렇게 금방 낳을 수가 있나요?” 거듭 저는 놀라움에 물으며 기쁘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돌렸어요. 이렇게 힘 한번 주고 낳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상황 파악을 잘 못했던 거에요. 힘주기 연습을 혹독하게 시켜주셨던 수간호사님께도 ‘간호사님 아니었으면, 전 자연분만 못했을 거에요.’ 라고 수줍게 감사의 마음을 건넸어요. 저에게 혹독하게 힘주기 연습을 시켜주신 수간호사님 덕분에 자연분만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분만실에서는 저에게 이렇게 수술해달라고 화내는 산모 처음 봤다면서, 한번 출산 수기 쓰라고까지 얘기하셨어요. 그 와중에 나중에 출산 수기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머릿속에 스쳤지요^^
2013년 3월 22일. 3.7kg의 건강한 우리 딸이 태어났어요!^^
태명은 쑥쑥이! 이름은 김지우 아기랍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게 출산의 상황, 장면들이 떠올라요. 아기는 제 가슴에 누워서 젖을 힘있게 빨면서 엄마라고 부르는거 같았어요^^ 간호사들도 이렇게 힘 좋게 태어나자마자 빠는 아기는 못 봤다며 놀라시더라구요. 사랑스런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도움주신 김혜영 선생님과 간호사님들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