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죽마지기인 친구가 20년간 외국생활을 하다가 자녀들과 함께 그토록 그리운 고국을 찾아 왔지만 문란한 거리질서, 여기저기서 풍기는 악취, 난폭한 운전 때문에 서울에서 살기 어렵다면서 다시 돌아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속터미널이나 지하철, 역 주변 골목에 접어들면 온갖 쓰레기와 역한 냄새 등은 도회지 생활에서는 웬만큼 익숙하다고 하지만, 항상 접할 때마다 지독한 냄새는 고약한 느낌을 준다.
우리도 참기 힘든 냄새를 외국생활에 젖어있던 그 가족들이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
경찰서, 지구대에서 서슴없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고, 길거리에 함부로 버린 당배꽁초, 비웃듯이 질주하는 차량 속에서도 유유히 무단으로 횡단하는 우리의 생활상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법을 위반한 사람이 오히려 “나만 위반했느냐” “무슨 죽을죄를 지은 거냐” “함정단속 말라” 며 큰소리치는 모습까지 보았다면...
지하철은 어떠한가. 출퇴근시간, 승하차장에서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도 감히 말 한마디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경찰관으로서 매우 부끄럽기만 하다.
요즘 행락철을 맞아 산이나 들 공원을 찾는 인파가 부쩍 늘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 담배꽁초, 휴지, 껌 등 오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길에 침을 뱉고, 공원이나 풍치치구의 나무, 토석을 훼손해 공중질서가 문란해지고 환경도 크게 오염되고 있다.
기초질서는 우리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다중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남을 의식하는 자세를 가질 때, 질서문화가 성숙하게 된다.
경찰은 행락질서 확립의 일환으로 지도단속과 캠페인을 병행하지만, 오물투기 등 고질적인 질서 위반행위는 강력히 단속할 계획이다.
물론 경찰의 계도와 지도단속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해 기초질서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렀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상기하면서, 우리 스스로 기초질서를 철저히 지키고 생활환경을 가꿔나가는 노력이 이제는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