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하는 백일장 “글도 술술”
가족단위 참가자 크게 늘어 ‘나들이 겸 글쓰기’
스마트폰 위력 실감…검색까지 활용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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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사하는 김태웅 중랑문화원장 윤형용 중랑뉴스 대표
화창한 날씨에 마치 나들이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중랑청소년백일장이 치러졌다. 모처럼 야외에서 열린 백일장은 청소년도, 어른도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난 9월 20일 오전 9시가 조금 지나면서 백일장 행사장인 봉수대공원에는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기도 하고, 때론 혼자서 의젓하게 참가한 청소년들도 많았다.
이날 백일장에서는 바리바리 나들이 짐을 꾸린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두 아이를 위해 가족 4명이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는 김선영씨(가명·상봉동)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백일장에 참가하겠다고 해 소풍삼아 가족이 모두 나서게 됐다”면서 “날씨까지 화창해 백일장도 백일장이지만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김씨는 또 “아이들만 참가하는 백일장이 아니라, 온 가족이 참가할 수 있도록 어른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백일장이 열렸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친구와 함께 참가했다는 고등학교 2학년 김현우(가명·면목동)군은 “오늘처럼 맑은 날씨에 야외에서 백일장을 여니 글이 술술 써질 것 같다”면서 “열심히 써서 반드시 입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원고지가 배부되고,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됐다. 내빈소개에 이어 대회장인 김태웅 중랑문화원장과 윤형용 중랑뉴스 대표의 대회사에 이어 원고지 작성법과 심사기준을 알렸다.
백일장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글제 발표.
글제가 열렸다. ‘2014 중랑청소년백일장’ 글제는 운문과 산문 공통으로 ▲친구 ▲가을바람 ▲자전거 등 3가지.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습작을 통해 다뤄본 제목이면 반갑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든다.
글제 앞으로 우르르 모인다. 가을 땡볕을 피해 명당(그늘)을 찾았던 청소년들도, 부모들도 글제 확인에 여념이 없다. 초창기 청소년백일장에서는 글제를 적어가기에 바빴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이제는 글제 사진찍기가 대세다. 글제도 확인하고 인증샷도 한다.
스마트폰의 위력은 글쓰기 과정에서 더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글제를 검색하기만 하면 정보가 쏟아진다. 예전에는 노트북을 가져와 검색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전화기로도 충분하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중랑청소년백일장은 애초 청소년 자신들의 능력으로 글쓰기 실력을 겨루자는 취지에서 ‘공모’를 지양하고, 현장 백일장을 택했다. 그래서 글제도 백일장 당일 발표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도 백일장 결과를 발표한 후 공개하고 있다.
백일장에서 굳이 원고지를 고집하는 이유도 인터넷에 길들여져 있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원고지 작성법을 통해 글쓰기를 권장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청소년백일장에서 스마트폰이 주제 검색 등 글쓰기에 활용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고, 옥에 티로 꼽힌다.
이날 백일장에는 김동승 서울시의원과 이현배 중랑구의원이 참석해 백일장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글쓰기가 시작되고 나서, 박홍근 국회의원과 김동율 서울시의원, 중랑문화원의 윤천욱 부원장과 이성민 이사 등이 참석해 청소년들을 격려하는 한편 청소년백일장과 문화 등을 환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백일장에는 중랑문화원의 향토문화해설사들이 참석해 원고지 배부와 접수, 원고지 사용법 설명 등 행사 진행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