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중랑청소년백일장 입상작
찢어진 공책
공책이 사라졌다. 일주일 내내 고생해서 시험 범위를 요약해 놓은 공책이었다. 이미 한번 정리한 것을 다시 정리한 것이라 공부에 지장은 없지만 공들여 해놓은 것이 아깝다. 뒤져보았던 가방과 사물함을 재차 확인해보았지만 공책이 나타날 리 없다. 부산스런 움직임이 신경쓰였는지 유진이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뭐 찾아?”
“어, 내 요약노트. 일주일 내내 정리한 건데 사라졌거든. 이미 한 번 해놓은 것 다시 한 거라 상관은 없는데 내 노고가 아까워서 말이지.”
“아, 아까 보던 파란 스프링 공책? 나도 같이 찾아줄게.”
“오, 정말? 고마워, 넌 역시 내 베프야! 내가 담에 떡볶이 쏠게!”
“이민혁, 김유진, 수업시간에 뭣들 하냐? 그렇게 떠들 기력이 있으면 학교 끝나고 청소나 해라. 이상!”
아, 망했다. 오늘 과외가 있어서 끝나자마자 집에 가 숙제를 하려했건만. 선생님도 야속하시지. 투덜대며 유진이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유진이도 청소가 싫은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방과 후 교실을 쓸고 유진이는 분리수거를 하러 가고 나는 대걸레질을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교실과 가까운 2층 화장실에 대걸레가 없었다. 청소시간이라 다른 아이들이 다 사용중인 모양이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털레털레 1층 구석 화장실로 갔다. 워낙 구석에 있어 학생들이 잘 찾지 않아 유진이와 가서 장난을 자주치고는 했던 곳이다. 대걸레가 있는 칸막이에서 대걸fp 하나를 들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볼일을 보려나보다 하고 조용히 발을 뗐다.
부욱-부욱-. 무언가를 거칠게 찢는 소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숨을 내뱉지 못했다.
“짜증나, 이민혁. 공부만 잘 하면 다야? 정말 재수없어. 짜증나.”
분명 유진이의 목소리였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빈 칸막이에 숨었다.
곧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발을 구르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은 조용해졌다. 몇 분이 지나고 유진이가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대걸레를 질질 끌며 유진이가 있던 칸의 문을 열었다.
변기에는 찢어진 종이가, 휴지통에는 파란 표지만 남은 공책의 모습이 보였다. 변기를 내려 보다가 물을 내렸다. 순간 차오르는 물처럼 울컥 감정이 차올랐다. 유진이 손에 찢긴 것은 공책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