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찾아 애환 살피는 ‘복지 동장’
5개월간 기초수급자 등 400여 가구 직접 방문
면목 3·8동 최원태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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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등 지역의 소외계층 가구를 5개월 동안 매일 방문하면서 이들의 애환을 살핀 동장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원태 면목 3·8동장은 민선 6기(구청장 나진구) 들어서면서 행복도시 중랑을 만들기 위해 촘촘한 사회복지망 구축 계획과 관련하여 효율적인 소외계층 지원 방안을 고심하던 중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지난 1월말까지 5개월 동안 관내 기초수급자 365가구와 차상위 계층 등 소외계층 390가구를 방문해 이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롯해 건강문제 등을 집중 상담했다. 거의 매일 5가구씩 방문한 것이다.
최 동장이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은 '저소득주민 행복한 방 만들어주기 사업'을 실시하던 중 사업에 선정된 일부 가구는 굳이 도배와 장판 교체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주거환경 열악한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주거현황의 실태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했다.
최 동장은 “동장으로서 지역 주민의 현황을 살피고, 소외계층을 줄여가는 일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공적지원만으로는 현실적 생활의 어려움이 있음을 귀담아 듣고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이 복지 수혜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정확한 생활실태 파악과 유형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소외계층 방문을 시작한 최 동장은 사회복지 업무담당자와 함께 거의 매일 5가구를 찾았다. 면목 3·8동의 이은옥 계장, 소정은, 백은미, 김성배 등 사회복지 담당 4명은 윤번제로 참여했다. 현장 실태파악은 전월세 등 주거상황을 비롯해 가족관계, 질병여부, 주거환경과 함께 희망사항도 수렴했다.
소외계층 현장 상담을 마친 최 동장은 결과 분석에 들어갔다.
국민기초수급자 365가구 가운데 반지하에서 거주하는 가구가 176가구로 무려 50%에 달했고, 월세가구도 174가구로 47.6%를 차지했다. 이들 가구는 월세로 인해 생계부담을 많이 느끼는 한편 곰팡이가 슬고,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할 가구도 27가구로 나타났다. 정신장애, 우울증, 공황장애등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주민들도 예상보다 많았다.
또 65세 이상 단독가구가 170세대로 전체가구의 46%를 차지했다. 자녀가 없는 가구 58세대(34%)에 비해 자녀가 있는 가구가 112가구(66%)로 더 많았으나, 주로 가족관계가 단절됐거나 자녀의 부양능력 미약 등의 사유로 수급자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
최 동장은 상담을 통해 파악한 소외계층 가운데서도 특히 어렵거나, 지원이 시급한 가구들을 우선 지원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긴급 지원을 시행했다.
“수년전 자궁경부암, 유방암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한 데다 정신장애까지 가진 김 할머니(73)의 반지하방에서 상담을 마치고 간다는 인사를 하자, 가지마라고 붙잡더라”는 최 동장은 “오죽 사람이 그리웠으면 그럴까하는 생각에 온종일 마음이 심란했다”고 말했다.
최 동장은 주민센터로 돌아와 김 할머니를 방문간호 및 재가복지(도시락배달)서비스 대상자로 긴급 추천했다. 또 수소문 끝에 면목본동에 거주하는 김 할머니의 남동생 연락처를 확보하고 향후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락을 취할 방침이다.
북한이탈 모자가정의 이모(38)씨는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으나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다. 같은 탈북자 출신인 남편이 지난해 자살을 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동장은 이씨를 자살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사례관리 대상으로 추천했다.
이로써 면목 3·8동은 사례관리대상 7가구 추천, 백내장 수술 2명, 재가복지서비스 3건, 방문간호사 요청 4건, 대학생 1명 장학금 지급과 함께 생계가 곤란한 155세대에 쌀을 지원하고 98세대에 난방비 1000여만원을 지급할 수 있었다. 또 수급자 204명에게 전세 및 영구임대 신청을 안내함으로써 146명이 주택을 신청하게 됐다.
최 동장은 국민기초수급자들이 모두 비관적인 것은 아니고,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한다.
독신인 80대의 한 할머니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인텔리 여성. 젊은 시절 여군 장교, 교사 등을 거치며 재산도 있었으나 모두 조카들에게 나눠줬다. 현재 반지하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깔끔하게 생활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또 반지하에서 사는 한 70대 할아버지도 건강이 양호해 낮에는 주로 종로 파고다공원 등에서 또래 어르신들과 어울려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에 귀가하는 낙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면목 3·8동은 최 동장과 직원들이 노력해 지역내 촘촘한 사회복지망 구축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녹색병원과 ‘찾아가는 방문 간호 서비스’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면목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영미)과 복지기금 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업무협약은 면목종합사회복지관이 면목 3·8동 복지기금 기탁과 지출 등 전반적인 기금 운용을 하게 된다. 기부자가 복지관 지정 계좌로 기부하면 복지관에서 기부자와 기부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동에서는 동 복지협의체를 통해 지원사업과 지원자를 심의·결정한 후 복지관에 추천하면 복지관에서 복지기금을 지출하게 된다.
복지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 이번 협약은 중랑구 관내 동 주민센터들이 도입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될 전망이다.
아울러 면목 3·8동은 ‘행복나누리동복지협의체’ 운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위기가정 발굴과 다양한 복지지원 사업 시행으로 ‘촘촘한 사회 복지망’ 구축에 박차를 가해 미래 마을복지센터로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틈새계층 발굴과 복지기금 지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동복지협의체 운영에 참여할 직능단체장 외에도 면목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구립용마경로복지센터장, 녹색병원 관계자, 녹색지역아동센터장, 구립어린이집 원장, 면목중학교장 등 각계각층의 인적 자원을 발굴해 인선을 마쳤다.
최 동장은 “앞으로 동 복지협의체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독거어르신의 고독사를 막기 위해 요구르트 대리점과 협의를 통해 60여명의 독거어르신에게 주 5회 요구르트 배달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 사업이 시작되면 요구르트를 가져가지 않는 독거어르신이 발생할 경우 배달사원이 즉시 동 주민센터에 신고함으로써 즉시 현장에 나갈 수 있어, 독거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목 3·8동 복지협의체에서는 더불어 복지통장과 거동불편 수급자 등 1:1 돌봄 결연을 맺는 ‘안녕살피미서비스’ 사업을 시행하는 한편 직능단체 별로 밑반찬 배달 등 찾아가는 나눔서비스,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역사탐방이나 야외 나들이, 저소득가구 주거환경 개선, 저소득 위기가정의 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원태 동장은 30년 전인 지난 1984년 8월 공무원 신규 임용과 함께 사회담당 업무를 맡을 당시, 거택보호자였던 이모 할머니(100세)를 면목 3·8동 부임 후 취약계층 방문 상담에서 다시 만났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30년이 지난 지금도 수급자로 홀로 살고 있는 이씨 할머니를 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역복지 추진에 나섰다. 안타까운 이씨 할머니를 비롯해 취약계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길은 동장이 직접 나서야한다는 판단을 했다.
최 동장은 지난해 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만원을 쾌척했다. 외벌이로 자녀 둘과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하는 처지여서 넉넉잖은 살림이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최 동장의 움직임에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면목 3·8동은 지난 1월말 기준으로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 2000만원을 넘어섰다. 관내 16개 동 주민센터에서 전년대비 실적이 가장 높았다.
최 동장이 면목 3·8동 부임전 2년 6개월간 구청 주민생활지원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복지사업의 풍부한 노하우와 마인드로 복지기금 모금에서도 전년대비 165%를 기록한 모금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최 동장은 “앞으로는 동절기 한시적 성금기탁이나 제한된 극소수의 단체나 개인 기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부(후원)자 발굴에 역량을 쏟아 공적지원의 한계를 민간영역의 상호 부조로 ‘이웃이 이웃을 돕는 더불어 함께 사는 순환하는 사회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형용 중랑뉴스 발행인은 2월 6일 면목 3·8동 주민센터에서 최원태 동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당신은 정말 존경할 만한 공무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