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대부업 대출시스템
타인 주민번호로 은행 인증…신종 사기 주의보
저신용·저소득자 등 사회취약계층이 주요 고객인 대부업체의 '묻지마' 대출관행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조 주민등록증을 활용한 범죄자들이 대부업체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는 등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22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남의 신분증을 이용해 대부업체 대출사이트에서 돈을 빼낸 혐의(사기 등)로 전화금융사기 조직 인출책 김모(31·여)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1월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위조된 남의 주민등록증 8개를 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건네받아 이를 은행 등 시중 금융기관에 내 통장·공인인증서·보안카드 등을 발급받았다.
정부는 은행들이 신분증 진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난해 일부 은행에 주민등록증 감별기를 보급했으나 전체 은행에 도입되지는 않았다.
김씨는 발급받은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을 활용해 대부업체 대출사이트에 2차례 접속해 1200만원을 빌려 사기단에 전달했다. 대부업체에서는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만 있으면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대포 통장은 범죄에 이용되면 대체로 피해자 신고가 곧바로 이뤄졌으나, 이번 사건은 발생한 지 한참 지나서 경찰이 인지했다. 주민등록증 명의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통장 및 공인인증서 등이 만들어져 사용된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해당 금융권도 대출금 미상환에 따른 독촉장을 발송하기 전까지는 피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대부업체의 고객들은 은행 등 1금융권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 2금융권을 이용하기 힘든 서민들이 대부분인 만큼, 이러한 범죄에 노출될 경우 서민들의 피해만 커질 수 있다.
경찰은 "범행 발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예방이 중요하다"며 "금융기관은 주민등록증 감별기로 위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등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