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4m 옆에 ‘구리~포천 고속도로’ 건설
학부모·주민들 ‘방음터널 설치’ 요구…사업자는 서로 ‘네 탓’ 공방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환경영향평가 다시 해야” 주장
“판교새도시 설계 잘못해 1000억원이상 낭비” 사례도
새솔초 학부모들이 지난 5일부터 ‘방음터널 설치’를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100일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
구리와 포천 50.6㎞를 잇는 구리~포천 고속도로는 2조8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오는 2017년 6월말 완공 예정이다.
문제는 중랑구를 경유하는 고속도로 1.2㎞ 구간. 초등학교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곳임에도 사업시행자인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서울북부고속도로 등이 방음벽 설치를 전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와 이격 거리가 새솔초등학교는 24m, 신내우디안아파트는 63m에 불과해 소음과 매연 등 피해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고속도로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신내우디안아파트~새솔초등학교 600m 구간을 지하화하거나 방음터널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과 시위를 진행해 오고 있다. 주민 2312명과 학부모 802명, 초등학생 484명 등 3600여명이 참여해 방음터널 설치 청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신내3택지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고속도로 노선의 우회 변경 요청도 있었으나 동구릉 사적지와 군부대, 상수도 조압수조 등을 이유로 우회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또 2010년에는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SH공사와 북부고속도로가 터널형 방음벽 설치를 전제로 비용 분담 등 재원 마련을 논의했지만, 결국 일반 방음벽 설치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북부고속도로는 SH공사에 일반 방음벽의 소음대책 분석자료를 보내고, 새솔초등학교 부지의 추가 이격 배치 등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새솔초는 산 위쪽에 운동장을, 산 아래쪽에 학교 건물을 배치하는 등 일반적인 학교 배치와 달리 기형적인 형태를 갖고 개교했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지난해 새솔초 개교를 계기로 우디안아파트 주민들과 학부모들까지 가세해 터널형 방음시설 설치를 위해 시위와 청원 등 숱한 노력을 해왔지만 뚜렷한 결과는 얻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나진구 중랑구청장이 우디안아파트를 방문해 주민과의 대화를 실시, 국토교통부에 고속도로 지하화 또는 방음터널 설치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고속도로 사업협약서에 딸 민원처리는 사업시행자가 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이어 8월에는 사업시행자 대표와 민원 해소 대책회의가 열렸다. 고속도로 사업과 현재의 방음대책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주민들이 방음대책을 불신하고 있으니 방음벽 높이 조정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또 9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을 방문했으나,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사업 취소나 지하화는 불가능하지만 국토부에 건의해 주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필요하다면 국토부장관 면담을 실시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지난해 9월과 올 1월 관련기관 합동협의체 회의가 개최됐다. 고속도로와 택지개발사업자가 민원처리 책임을 서로 전가할 뿐 현재의 방음대책이 적정함을 주장해 합의가 결렬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대책위원회와 중랑구청, 동부교육청 관계자들이 환경부와 국토부를 방문해 환경영향평가를 3D방식으로 해줄 것과 방음터널 설치 등을 건의하면서 다소 진전 기미가 보였다.
환경부가 협의 당시 승인 조건에 예측하지 못한 민원이나 소음 발생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이 있거나 예상될 경우 적정한 보완대책을 강구하는 등 협의사항을 이행토록 국토부에 통보하면서다.
대책위는 “‘국토교통부가 택지를 개발한 SH공사에도 민원 유발 책임이 있으니 SH공사가 사업비의 50%를 분담하면 사업시행자에게 방음터널을 설치토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그동안 6차례 관련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했으나 SH공사에서 공사비 분담을 반대해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새솔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대책위원회와는 별도로 지난 5일부터 100일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신내우디안 2단지와 새솔초 입구 능말공원 사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시작했지만, 우디안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차량들로 인한 소음도 문제지만 차량분진과 이산화질소, 라돈가스 등 경유차에서 많이 발생하는 유해성분이 구릉산 기슭을 따라 건설되는 고속도로의 바로 아래 경사면에 위치한 새솔초등학교로 내려와 어린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신동헌 서울시립대 교수(공학박사)는 “구리~포천 고속도로 건설관련 자료 등을 검토해 본 결과,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주민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작위적으로 진행한 흔적들을 상당히 발견했다”면서 “사업주체들이 민원 발생을 예견했음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일반 방음벽 공사를 강행한다면 향후 고속도로가 정상화된 이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추가설비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소음 발생을 감안하지 않은 판교새도시 일부 구간 때문에 도로를 옮기느라 1000억원 이상을 낭비한 사례도 있었다”며 “세종시와 시흥 연성동 등도 주민과의 갈등이 있었으나 재평가를 수용하고 방음터널 등의 대책을 마련했듯 중랑구도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후 비용낭비를 막도록 재평가를 통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