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초들의 희망, 용마산 아기장수③
  • 연재/ 안재식 작가가 들려주는 '중랑의 설화

    4. 민초들의 희망, 용마산 아기장수③



    어느 날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열어보았다. 파리 떼가 새까맣게 몰려나오더니 사라졌다.
    “아이고, 사람 살렷! 웬 파리 떼야? 방을 깨끗이 치워놓고, 문을 잠그고 나갔는데…….”
    “이상하네? 그 많던 파리들이 어디로 사라졌지?”
    부부는 아기가 혼자 있을 때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지자, 다음날은 밭에 나가지 않고 옆방에서 숨어 지켜보기로 했다.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한 아기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뭐라고 호령을 하였다.
    “파리 집합!”
    방 안에 있던 파리들이 먼저 모이더니, 밖에 있던 파리들도 문틈을 비집고 방 안으로 들어와 아기 앞에 납작 엎드리는 것이었다.
    “모두 앞으로 날앗! 뒤로 돌아서 날앗! 바닥으로 내려앉앗! 두 손을 들고 비볏!”
    놀랍게도 아기가 시키는 대로 파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아기가 두 팔을 벌리고는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파리 떼를 쫓아 방 안을 빙빙 날아다녔다.
    부부는 놀라다 못해 겁이 덜컥 났다. 더는 볼 수가 없어 인기척을 냈다. 그랬더니 날던 아기가 갑자기 누워서 자는 척을 하고, 파리들은 문틈으로 사라졌다.
    ‘이 일을 어찌한담?’
    부부는 걱정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정상적인 아기가 태어나 큰 인물이 돼주기를 바랐는데, 날개 달린 아기가 태어난 걸 알고 근심이 되었다.
    부부는 누워 있는 아기를 일으켰다.
    “아가야, 방금 파리들을 훈련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심지어 날개를 펼치고 방 안을 날아다니다니! 어찌하면 좋으냐?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너도 죽고, 우리도 죽는 거야.”
    “…….”
    부부는 감추고 있던 출생의 비밀을 아기에게 말해 주면서 당부를 하였다.
    “그러니 7살 먹을 때까지 너는 이 방 안에서 숨어살아야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너를 죽일 수밖에 없단다. 절대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되니까 꼭 명심하거라!”
    부부의 말에 고개만 끄덕일 뿐, 아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다. 용마산에도 가지가지 꽃들이 만발하였다.
    농부는 벌통을 바위벼랑에 여러 개를 달아놓았다. 꿀을 채취해서 내다 팔면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벌들이 새까맣게 날아와 벌통에 꿀을 채웠다. 순식간에 들어차는 꿀을 따면서 농부는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가 부모 모르게 벌들을 훈련시켜서 꿀을 모았을 거라고 짐작을 했다.
    하루는 포도대장이 면목동에서 기른 말들을 모두 끌고 나와 군사들을 태우고 중랑천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중랑천 뚝방에 아기가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멀거니 바라보던 아기가 날개를 펼치며 일어났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모두 꿇어앉앗!”
    그러자 이리저리 달리던 말들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 꿇어앉았다. 말 위에 타고 있던 군사들이 나뒹굴고, 어떤 이는 중랑천 물에 곤두박질쳐졌다. 아비규환이었다.
    아기는 그런 모습을 보고 씨익 웃더니 쏜살같이 사라졌다.
    포도대장을 비롯한 군사들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전설의 고향’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사건이었다.
    이 일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번져 나갔다.
    “중랑천에 군사들을 무찌르고, 말들을 호령하는 아기가 나타났대.”
    “그것만이 아니야. 날개도 펼쳤다며?”
    “날개 달린 아기장수가 틀림없어. 세상을 구하려고 나타난 게 분명해! 어디에 사는 뉘 집 자손이지?”
    사람들은 임금이 잘못한 게 많아 아기장수가 태어난 것으로 믿었다. 아기장수가 악의 무리를 징벌하고, 모두가 잘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리라 믿었다.
    그런 소문을 듣게 된 부부는 두려웠다.
    “임금을 해하려는 아기장수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우리 아기를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고 할 텐데, 이를 어쩌지요?”
    “미천한 집안에 엄청난 장수가 태어나다니! 더욱이 날개까지 달고! 아기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가 몰살당할 일밖에 뭐가 있겠소? 그러니 미리 손을 써봅시다!”
    농부의 말에 부인이 통곡을 하였다.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니? 7살 때까지는 군말 말고 방 안에만 있으라 했더니, 왜 나다니며 사고를 치느냐? 이 불쌍한 놈아!”
    어머니의 애끓는 소리를 들었는지, 방 안에 있던 아기가 문을 열며 말했다.

  • 글쓴날 : [15-07-13 11:08]
    • 편집국 기자[news@jungna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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