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안재식 작가가 들려주는 '중랑의 설화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다. 용마산에도 가지가지 꽃들이 만발하였다.
농부는 벌통을 바위벼랑에 여러 개를 달아놓았다. 꿀을 채취해서 내다 팔면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벌들이 새까맣게 날아와 벌통에 꿀을 채웠다. 순식간에 들어차는 꿀을 따면서 농부는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가 부모 모르게 벌들을 훈련시켜서 꿀을 모았을 거라고 짐작을 했다.
하루는 포도대장이 면목동에서 기른 말들을 모두 끌고 나와 군사들을 태우고 중랑천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중랑천 뚝방에 아기가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멀거니 바라보던 아기가 날개를 펼치며 일어났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모두 꿇어앉앗!”
그러자 이리저리 달리던 말들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 꿇어앉았다. 말 위에 타고 있던 군사들이 나뒹굴고, 어떤 이는 중랑천 물에 곤두박질쳐졌다. 아비규환이었다.
아기는 그런 모습을 보고 씨익 웃더니 쏜살같이 사라졌다.
포도대장을 비롯한 군사들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전설의 고향’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사건이었다.
이 일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번져 나갔다.
“중랑천에 군사들을 무찌르고, 말들을 호령하는 아기가 나타났대.”
“그것만이 아니야. 날개도 펼쳤다며?”
“날개 달린 아기장수가 틀림없어. 세상을 구하려고 나타난 게 분명해! 어디에 사는 뉘 집 자손이지?”
사람들은 임금이 잘못한 게 많아 아기장수가 태어난 것으로 믿었다. 아기장수가 악의 무리를 징벌하고, 모두가 잘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리라 믿었다.
그런 소문을 듣게 된 부부는 두려웠다.
“임금을 해하려는 아기장수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우리 아기를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고 할 텐데, 이를 어쩌지요?”
“미천한 집안에 엄청난 장수가 태어나다니! 더욱이 날개까지 달고! 아기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가 몰살당할 일밖에 뭐가 있겠소? 그러니 미리 손을 써봅시다!”
농부의 말에 부인이 통곡을 하였다.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니? 7살 때까지는 군말 말고 방 안에만 있으라 했더니, 왜 나다니며 사고를 치느냐? 이 불쌍한 놈아!”
어머니의 애끓는 소리를 들었는지, 방 안에 있던 아기가 문을 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