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발굴에 가스검침원 역할 톡톡
민관 업무협약 체결로 인적 안전망 구축 및 민간기관 연계 지원
예스코, 한전, 신일종합시스템, 중랑우체국, 한국야쿠르트 등 참여
“업무 보시다가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바로 연락주세요!”
최근 복지예산 증가와 복지대상 확대, 복지기능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 복지서비스 제도를 몰라서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복지담당 직원 또한 인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힘든 생활로 곤란을 겪는 이웃들이 발견되지 않은 채 안타까운 일들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중랑구(구청장 나진구)는 ‘중랑형 복지전달체계’ 구축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없는 따뜻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복지정책의 목표로 설정, 올해 초 동주민센터의 복지기능을 강화해 복지 허브기관으로 재탄생시키는 한편, 민간기관 및 복지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동 단위 ‘행복나누리협의체’를 구성했다.
특히,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통장들을 복지통장으로 임명하고, 전기 및 가스검침원이나 우편 및 야쿠르트 배달원 등 지역의 각 가정을 방문하는 업무의 특성을 활용해 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 이들을 발굴도우미로 임명했다.
이를 위해 올 2월에는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예스코, 한전 동부지사 및 전기검침 위탁업체인 신일종합시스템 서울지사, 3월에는 중랑우체국, 4월에는 한국야쿠르트 중랑지역 대리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전기검침, 가스검침, 우편배달, 야쿠르트 배달 등 각자의 고유 업무를 보면서 관내에 힘든 생활을 하는 주민은 없는지,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은 없는지 살핀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청이나 해당 동주민센터로 연락하면 복지담당 직원이 바로 가정 방문 등을 통해 생활실태를 확인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4월, 중랑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단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예스코 중랑지역고객센터 코디입니다. 도시가스 검침을 하던 중 지원이 꼭 필요해 보이는 주민이 있어 연락드립니다.”
구와 예스코가 올 2월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후 지원이 필요한 이웃을 발견해 지원이 이뤄진 첫 사례다.
면목동 반지하 주택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손자와 함께 거주하는 박순님씨(가명·53세)는 비만으로 무릎관절증을 앓고 있어 대부분을 침대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일용직 근로자인 아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집에 올 수 있다. 가사일은 물론 손자 양육, 건강관리 등 누가 보더라도 이 가정에는 전반적인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박씨는 병원 입원치료를 한사코 거절했다. 병원비 부담뿐만 아니라 아들의 부재 시 손자들만 남게 돼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이 지원을 약속한 후에서야 할머니와 아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구는 우선 박순님씨를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하고, 서울시 북부병원에 연계해 시급한 질병 치료를 받게 했다. 지난 달 검진 중에 종양이 발견돼 북부병원의 도움으로 제거수술을 받았다. 손자들은 교육복지네트워크를 통해 방과후교실 및 굿네이버스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받게 됐고, 또 성장기 영양섭취를 돕기 위해 꿈을 주는 과일재단에서 과일도 지원받는다.
구는 이 가정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사례관리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한, 요즘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민간기관과의 업무협약 이후 발굴도우미들이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알려오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으나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구는 이처럼 우리 주변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채 여전히 존재하는 복지소외계층을 발굴하기 위해 복지통장, 협약기관 발굴도우미 등 민간부문의 참여와 협력을 강화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복지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