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폐쇄 위기 어린이공원 살렸다
중랑구와 협약…상봉·세화어린이공원 2곳 새단장
워크숍 등 주민의견 수렴해 놀이터 설계 반영
9월까지 주민들이 직접 꾸미는 문화행사 개최
“팔방놀이라고 아세요? 어렸을 때 흙바닥에 네모 칸을 그린 뒤 그 위를 깨금발을 한 채 뛰어다니던 그거요. 손자를 데리고 들린 놀이터 바닥에 그려져 있는 걸 보고 새삼 친구들이랑 놀던 그 때가 생각이 나서 괜스레 웃음이 났어요.”
중화동에 거주하는 손순애(63·가명)씨는 2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재개장한 세화어린이공원에 잠시 쉬러 나갔다가 공원 바닥에 새겨진 팔방놀이를 보고 어릴 적 추억에 잠시 잠겼다.
중랑구(구청장 나진구)가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으로 지난 6월 12일 재개장한 어린이공원 2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오는 9월까지 문화공연을 연다고 밝혔다.
첫 시작은 지난 23일 오후 세화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새롭게 단장한 공원 안에서 지역의 어르신 15명으로 구성된 ‘어르신 도담도담 인형극단’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인형극 <내 몸은 소중해>를 공연하고 마술쇼도 펼쳤다. 또, 조물조물 촉각놀이, 자연물 팔찌 만들기, 건강한 손씻기 등이 이뤄진 체험부스도 운영됐다.
특히, 중화동 아가사랑어린이집은 아이와 부모가 같이 알뜰바자회를 열고 공연을 보러 나온 주민들에게 아동도서, 의류 등 재활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아이들이 절약과 나눔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아이들의 놀이프로그램을 위주로 열리는 이 작은 문화행사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마련하는 것으로, 앞으로 9월까지 상봉어린이공원과 세화어린이공원 2곳에서 매월 한차례씩 열릴 계획이다.
상봉·세화어린이공원은 어린이놀이시설 설치검사 불합격으로 올해 1월 폐쇄될 위기였으나, 국제구호개발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놀이터 리빌딩을 위한 지원 의사를 밝혀와 1월 20일 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억원을 들여 공원 개선공사를 실시해 지난 6월 다시 주민 품으로 돌아왔다.
공원 2곳의 개선공사 시작에 앞서 세이브더칠드런은 12번의 워크숍, 2번의 주민설명회를 열고 지역의 어린이들은 물론 주민, 놀이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눈 결과물을 놀이터 설계에 반영했다.
이렇게 어린이들과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재개장한 상봉어린이공원은 공원 가장자리에 사철나무, 구절초, 꿀풀, 로즈마리 등 30여종의 식물을 심은 화단을 조성하고, 조합놀이대를 비롯 벽돌조형물, 공중매달리기 등의 놀이시설물을 설치해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역할놀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마땅한 놀이시설물 하나 없이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어린이공원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했던 세화어린이공원에는 산수국, 진달래, 모시초롱, 꽃개미취 등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심어졌고, 사면놀이대, 흔들해먹, 흔들징검다리 등 36종의 시설물이 설치됐다. 특히, 놀이터 바닥에는 알록달록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듯하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아이들과 주민들의 생각이 그대로 담긴 멋진 어린이공원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며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재탄생한 이곳이 주민 모두의 사랑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