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의회, 중랑구와 내년 예산안 ‘샅바싸움’
내년 총선 앞두고 새누리-새정치연합 ‘전초전’
행정재경 8억, 복지건설 12억 등 20억원 삭감
예결특위에서 회생 안되면 구정 운영에도 차질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인 중랑구의회가 상임위원회에서 무려 20억원을 삭감했다.
지난 3일 예산안 심사를 마친 행정재경위원회는 일반·특별회계 세출안에서 총 21건, 8억1200만원을 삭감한 데 이어 4일 예산안 심사를 마친 복지건설위원회도 총 26건, 12억900만원을 삭감해 전액 예비비로 계상했다. 양 상임위는 기금운용계획안에서도 총 700만원을 삭감해 예치금으로 계상했다.
내년도 중랑구 예산안은 예결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상임위에서 전체 예산의 5%에 육박하는 예산을 삭감한데 대해 ‘민선6기 집행부와 구의회의 갈등이 이번 예산안 심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랑구의 한 관계자는 “(예산 삭감이라는)직격탄을 맞은 부서에서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예결특위에서 예산안을 (최대한)살리지 못한다면 민선6기 사업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의회와 중랑구의 갈등은 지난 10월 27일 제20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예고됐다.
구의회 과반석을 점유한 새정치민주연합 구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랑구 행정사무에 관한 민간위탁조례’와 ‘중랑구 시설관리공단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당대 당’ 구도의 편 가름이 시작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집행부와 조율이 안 될 경우 재의요구 등 우려가 있다고 판단, 당초 개정안에서 한 발 후퇴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행정재경위원회에서 부결되자, 재의요구를 감안한 상황에서도 당초 개정안을 통과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최경보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구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중랑 역사문화교육특구 정책이 ‘알맹이는 없고 포장만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정책’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나진구 구청장이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본격적인 중랑구의회와 중랑구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인서 구의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206회 정례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지난 10월 27일 제205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최경보 의원의 5분 발언 도중 본회의장을 퇴장한 구청장의 돌발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에서 추진하려는 교육정책에 대한 구의원의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에 귀를 막고 소통을 거부한 구청장의 행동은 구민을 무시하는 행위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서 의장은 또 구의회가 개정한 중랑구 행정사무에 관한 민간위탁조례와 중랑구 시설관리공단 설치 및 운영조례 재의요구에 대해 “위탁업체 선정의 투명성 강화를 통하여 전문성 높은 업체가 행정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례와 지난 12년동안 이어진 관피아 낙하산의 오명을 벗기 위해 개정한 조례를 재의요구까지 하는 것은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의회를 타협과 조정보다는 법으로 대립하려는 국면은 구청장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수레바퀴의 한 축(중랑구의회)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구의원은 “민간위탁조례의 경우 집행부와 조율을 거쳐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가 되었으나, 갑자기 2명의 구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수정안 처리가 무산되는 황당한 상황이 초래돼 안타깝다”면서도 “집행부의 재의요구가 예상되는데도 다수당을 믿고 당초 개정안을 통과한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성급하고 무모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이번 정례회에서 구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중랑구청장을 면전에서 질타한 것은, 구의장이 오히려 도에 지나친 언사를 한 것”이라며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이 대폭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으로 ‘집행부 길들이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상생의 논리’로 집행부는 물론 새누리당과도 바람직한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인서 구의장은 “구의회에서 개정하는 조례를 집행부가 시대적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변화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일부 구의회가 집행부의 갈등 때문에 예산안을 대폭 삭감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중랑구의원 17명이 예산안을 꼼꼼히 심사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역 주민들은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이 추진해 온 혁신교육지구 지정과 관련 새누리당 중랑구청장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자 중랑구의회를 통해 전면전을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