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랑구 예산 33억 대폭 삭감…집행부 ‘당혹’
새정치연합 “편성오류, 과다예산 감안하면 실제 삭감액은 17억원”
새누리당 “민선6기 발목잡는 횡포, 감정 섞인 삭감에 구민 분노”
“정당간 반목보다는 구의회 자체 목소리 내는 협의와 노력 필요”
내년도 중랑구 예산이 중랑구의회에서 대폭 삭감됐다. 중랑구는 유례없는 구의회의 작위적인 예산 삭감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구의회 내에서도 17석 가운데 8석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9석으로 과반석을 확보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횡포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랑구의회(의장 서인서)는 17일 폐회한 제206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중랑구가 편성해 제출한 2016년도 일반회계 4513억원, 특별회계 154억원 등 총 4941억 8000만원(기금포함)에 대한 예산안 가운데 33억1000만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의결했다.
중랑구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예산 편성상 오류로 밝혀진 14억 9000만원과 구의회 자진 삭감액 3500만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삭감액은 17억 8000만원으로 총 예산액 대비 0.36%에 불과하다”면서 “삭감된 예산은 막판에 퍼주기식으로 지원된 교육경비, 낭비성 축제행사비용, 또한 중복으로 과다 편성된 업무추진비 예산을 바로 잡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랑구는 “편성 오류로 인한 예산과 의회에서 삭감을 요구한 일부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부도 동의했음에도 33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의도적으로 삭감했다”면서 “교육 관련 예산을 10억원 이상 삭감한 것이나 중랑구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서울장미축제 예산 삭감, 부구청장의 업무추진비를 50%나 삭감한 것은 민선6기의 발목을 잡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중랑구의회는 정례회 기간 동안 상임위원회는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새누리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맞서 예산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7명으로 구성된 예결특위에서 3명인 새누리 의원들은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계수조정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양쪽의 갈등은 깊어졌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예정됐던 구정질문은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교육예산을 둘러싼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현수막 시위장으로 변질됐다. 예산 삭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나진구 구청장이 이석하기도 했다. 17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수정 예산안을 발의했으나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의 당초 예산안이 표결을 거쳐 확정됐다.
◇어떤 예산이 삭감됐나?
민선6기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교육 관련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교육부문의 학교 교육환경 개선 및 학력신장을 위한 교육경비 보조금 예산 39억 8000만원에서 9억 8000만원, 장학기금 전출금 1억원 등 10억 8000만원이 삭감됐다.
또 대표적인 민선6기 성공사업의 하나인 서울장미축제 예산 1억 5000만원도 6000만원이 잘렸다.
이와 함께 부구청장 업무추진비의 50% 삭감을 포함해 전체 업무추진비의 30% 가량인 1억4500만원, 각종 문화 체육예산 등 총 127건에 달하는 예산이 삭감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선6기의 대표적인 사업 예산이나 부구청장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횡포”라면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감정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말을 듣고, 과연 누구를 위한 구의원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연합 쪽은 일부 의원들이 감정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과다 편성된 예산과 낭비성 행사 예산 등 불요불급한 부분을 삭감했다”면서 “예결특위에서 충분이 삭감 예산을 협의할 수 있었고, 수차례 계수조정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는데도 불참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직무유기로 사태가 커졌다”고 밝혔다.
◇교육예산으로 빚어진 갈등
본회의장에서는 난데없는 현수막 전이 펼쳐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중랑구 교육 현실을 외면한 교육경비 11억원 삭감,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방적인 횡포에 구민들은 분노한다’는 현수막을 펼쳤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아이들을 살리는 혁신교육경비 15억원을 포기한 새누리당 구청장은 혁신교육을 수용하라’고 맞섰다.
혁신교육지구 지정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중랑구와 새정치연합이 빚어온 갈등이 표면화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혁신교육지구 지정에 중랑구가 움직이지 않자 공세를 취해왔다. 구에서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15억원을 지원하는데도 이를 마다한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구청장이 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중랑구는 혁신교육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추진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타구의 사례를 지켜보고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하겠다는 것이다. 설령 지구 지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2년이 지나 무산되면, 고스란히 중랑구가 비용을 감수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갈등 해소할 방법은 없나?
중랑구의회의 내년도 예산 삭감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중랑구 지역으로 문제가 확산될 전망이다.
예산 삭감이후 구의회에는 이해당사자들의 항의성 방문이 상당한 반면, 예산 삭감이 타당하다는 일부 주민들이 의회 방청석에 자리하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당 간 갈등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교육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중랑구에서 예산문제로 표출됐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양당은 지역 주민들을 직접 접촉하는 과정에서 예산 삭감의 타당성 또는 부당성을 집중 성토할 예정이다.
반면, 상생을 내세운 중랑구와 구의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랑구와 공무원들이 구의회를 경시하고 지난 1년 반 동안 숱한 지적사항들이 나왔지만 시정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부분은 구의회 전체에서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예산에도 편성하지 않아야할 예산이 편성됐던 것은 물론 삭감된 예산을 살리는 노력도 예년만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구의회에서도 정당간의 맹목적인 반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당이나 집행부의 정책과 사업이 구의회의 여과절차를 거치지 않고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구의원의 역할을 위해서도 구의회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토론하고 합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