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발행인 윤형용
때리는 국민의당, 말리는 새누리…더민주는 ‘어부지리’
말 많고 우려도 많았던 20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선거기간 내내 정당들은 경제를 거덜 낸 새누리당 심판, 국정을 마비시키는 야당 심판, 여야를 싸잡은 양당 심판 등 심판만 화두로 삼았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1당으로 우뚝 솟았다. 야권분열에도 불구하고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새누리당은 과반석을 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렸을 텐데, 과반은커녕 더불어민주당보다 1석이 부족해 2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민의당은 주야장천 외쳐온 양당구도 타개책이 성공하면서 38석을 차지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만 해도 성공작이라는 기준을 넘어섰다.
이런 선거결과를 놓고 ‘새누리당 참패’ ‘더불어민주당 선전’ ‘국민의당 약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세간의 평가다.
그럼에도, 정작 성적표를 받아든 3당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은 참패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를 겸한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다가올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참담하다. 그래서 새누리는 납작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계파 갈등도 물속으로 집어넣고 다시 천막당사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당초 계획을 이미 초과 달성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3당 체제 구축에 성공했고, 여기에 정당지지도에서는 제1야당의 지위까지 확보했다. 약진이 아니라 대승을 거둔 셈이다. 이런 국민의당도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의석에서 호남지역 석권을 제외하고 외연 확장에 실패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민주당은 야권분열로 새누리당 과반석 저지가 목표였으나, 1당까지 차지했다. 텃밭이던 호남을 내줬지만, 서울과 경기지역은 물론 영남에서 빈자리 이상을 모두 채운 것도 사실이다. 그 이면에는 유권자들이 거덜 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당은 더민주 밖에 없다는 심판 결과라는 판단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선지 자아도취 일색이다.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위해주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헐뜯고 피해를 주는 사람이 더 밉다는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이번 20대 총선은 유권자가 ‘말리는 시누이’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그리고 ‘때리는 시어머니’ 더민주당도 혼내려 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야권분열이라는 ‘양날의 칼’을 쥔 국민의당이 싸움에 뛰어들면서 ‘때리는 시어머니’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야권분열이라는 ‘양날의 칼’을 쥔 국민의당이 싸움에 뛰어들면서 형국이 바뀌었다. ‘때리는 시어머니’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애초 심판하려던 새누리당을 당차게 응징했다. 그리고 국민의당에게는 호남을 제외하고는 인색한 후보 지지를 표현했다. 새누리당을 잡으려하다 보니 싸움에서 한발 비껴선 더민주당이 의석이라는 어부지리를 취했다. 정당지지도에서 혼나고도 사랑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을 더민주당만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