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칼럼] 명심보감에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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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개그맨 출신 김병조 교수가 강의하는 명심보감 강의를 들으며 상기해 두고 싶은 글귀가 있었다.
    봄에 밭 갈고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이 된 후에 후회한다(春不耕種, 秋後悔 춘불경종 추후회)는 말이다.
    농경사회에서나 어울릴 것 같은 한물간 문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고래(古來)로 진리는 항상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노력을 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인다면,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문구임에 틀림이 없다.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지수에 있어서 농경사회 사람들이 누렸던 그것보다 확실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최소한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일하지는 않았다. 시대적인 정신에 있어서는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그 시대에는 선비정신이 있었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적 통념 즉 윤리와 도덕이 살아 있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 그것이다. 또한 다산 정약용이나 송강 정철, 황희 정승과 같은 훌륭한 선비들이 있어 대쪽 같은 선비정신으로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곤 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만한 정치적인 지도자나 학자, 기업가, 문화예술분야의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그 시대의 그것보다는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산업사회를 넘어 첨단 산업이 경제의 주류를 이루며 세계경제를 주름잡고 있고 한국에 있어서 그것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가 거대한 자본의 나라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자유무역협상(FTA)을 체결하고 세계 10위권의 통상교역국으로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것도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우리나라의 IT산업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과 미국간의 자유무역협상(FTA)이 자동차를 팔고 쇠고기를 들여오기 위해 체결된 협상이라면 그것은 그야말로 오산이다. 우리가 그만큼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대열에서 당당히 서양의 열강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인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경제수준에 비해 우리들의 의식구조는 어떠한가. 혹시 바쁜 일상 속에서 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1주일에 책1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를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성찰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사회적인 신분 상승을 위한 바람은 기도하는 수준을 넘어 광적이다. 학교의 수준이 집값을 결정하고 심지어는 ‘명문학원’이라는 말까지, 관공서를 통해서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잘못된 학부모들의 교육열로 인해 사설학원의 천국이 된지는 이미 오래고 과외는 명문대학을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말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녀들만큼은 과외를 시켜서라도 명문대학에 보내고 말겠다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한 우리에게 교육평등의 길은 요원한 일이다.
    명문고의 가늠자가 명문대학 입학률로 결정되고, 명문대학을 이르는 기준이 학연과 혈연, 지연으로 엮어진 고질적이고 병적인 우리 사회의 병폐에서 비롯되다 보니, 요즘처럼 학력 위변조가 만연하지 않았나 싶다.
    씨앗을 뿌리고 나서도 물과 햇빛, 공기와 더불어 충분한 자양분을 줘야 알찬 곡식이 얻어지듯, 건강한 교육환경과 여건을 충족시키는 노력을 해야만 튼튼한 재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학력이나 학업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성품 즉, 인성이기 때문이다.

  • 글쓴날 : [09-02-16 14:25]
    • 편집국 기자[news@jungna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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